유튜브로 '보다'시리즈를 즐긴다. 역사, 철학, 과학 모두 흥미롭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설명을 들으며 행복하다. 시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우니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더러 주변에서 일하지 않으니 지루하다고 하지만, 저는 전혀 그렇지 않은 이유가 내가 '노동'이 아닌 나 스스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퍽 행복한 요즘이다.

철학을 보다 주 게스트인 건국대학교 철학과 김석교수는 이런 변화와 두려움 앞에 한나 아렌트를 언급한다.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나치전범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이 이스라엘 사법부에 의한 재판을 참관하며 기록한 책-이라는 책으로 악의 평법성을 세상에 알린 것으로 유명하다.
https://lessmore.tistory.com/193#google_vignette
한나 아렌트- 악의 평범성과 삶의 기록
"삶은 무수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쓰거나 말하지 않으면 모두 사라진다.". 사유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그녀의 마지막 책인 'The Life of the Mind'에서 일러준 말이다.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기록하
lessmore.tistory.com
악의 평법성으로 유명한 한나 아렌트가 인간의 노동에 대해서도 꽤 통찰력 있는 생각을 전하고 있다.
그녀는 인간의 활동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노동(labor), 일(work), 그리고 행위(action). 이 구분은 단순한 분류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구조를 설명하는 하나의 틀이며, 오늘날 AI 시대를 이해하는 데에도 놀라울 만큼 유효하다.
1. 노동의 축소: 생존에서 해방될 가능성
아렌트가 말한 ‘노동’은 생존을 위한 반복적 활동이다. 먹고 살기 위해 반복되는 일, 즉 끝없이 이어지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AI는 바로 이 영역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력하게 흔들고 있다. 자동화 시스템, 로봇, 알고리즘은 인간이 수행하던 수많은 반복 작업을 대체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역사적으로 짊어져 온 ‘필연의 굴레’가 약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인간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노동해야 하는 존재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처음으로 맞이한 셈이다. (한편 달변가 과학자이신 이정모 관장은 인간의 노동이 삶의 전면에 중요한 것으로 자리한 것은 고작 1만 년 정도로 700만 년의 인간 존재의 세월 동안 매우 적은 기간에 해당됨으로써 그 이전 생존을 위한 활동들이기는 하나 일상의 대부분이 놀이에 지나지 않았을 것으로-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도 있다.
2. 일의 재편: 세계를 만드는 방식의 변화
‘일(work)’은 노동과 다르다. 그것은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비교적 지속성을 지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행위다. 건축물, 예술, 기술, 제도—all 이것들은 인간이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AI는 이 영역에서도 이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미 미치고 있다.
한편으로는 디자인, 글쓰기, 코딩 등 창조적 영역까지 일부 대체하며 인간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듯으로도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AI를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창작과 생산을 가능하게 만든다. 인간은 더 이상 ‘직접 만드는 존재’라기보다, ‘의미를 선택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존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즉, 일이 사라진 다기보다 일의 성격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3. 행위의 가능성: 인간다움의 회복인가, 또 다른 위기인가
아렌트가 가장 중요하게 본 활동은 ‘행위(action)’다. 이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공동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정치적·사회적 활동이다. 김석교수는 최근 보이는 놀이 공유문화가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언하고 있다. 최근 러너동호회 같은 것을 의미할 것이다.
AI로 인해 노동이 줄어든다면, 인간은 더 많은 시간을 얻게 된다. 이 시간은 이론적으로 ‘행위’로 전환될 수 있다.
공동체 참여, 토론, 정치적 개입, 관계의 확장등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시간이 생긴다고 해서 자동으로 ‘행위’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여유 시간은 종종 소비, 오락, 개인화된 콘텐츠에 흡수된다.
플랫폼은 인간의 관심을 공동체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으로 끊임없이 분산시킨다. 집에서도 각자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상황이니!
결국 우리는 두 갈래의 가능성 앞에 서게 된다.
더 많은 관계와 참여로 나아가는 인간 & 혹은 더 깊은 고립과 소비로 빠져드는 인간
4. 결정적 변수: 사회는 어떻게 설계될 것인가?
AI 시대의 인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기술 자체보다도 제도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하는 안전망이 존재하는가?
교육이 경쟁이 아닌 의미 탐색을 지원하는가?
시민이 실제로 참여할 수 있는 공적 공간이 존재하는가?
이러한 조건이 갖추어질 때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된 시간을 ‘행위’로 전환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일자리 상실은 곧바로 불안과 소외로 이어지고, 행위는커녕 최소한의 삶조차 위협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많은 가능성은 열렸지만, 방향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I는 인간을 자동으로 더 자유롭고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다만, 그 가능성을 이전보다 훨씬 크게 열어놓았을 뿐이다.
아렌트의 틀로 보자면 우리는 지금 ‘노동 중심의 인간’에서 ‘행위 중심의 인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문턱에 서 있다.
하지만 그 문을 실제로 통과할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기술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우리는 노동의 시간에서 자유시간을 얻을 떄, 그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기이며 이를 위한 법과 제도가 공론회되어야 하는 지점에 있는 것 같다. 미래가 매우 흥미롭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랍에미레이트, OPEC탈퇴 이유와 전망 (1) | 2026.05.04 |
|---|---|
| 주식활황, 핀플루언서를 사칭하는 사기꾼들 조심! (0) | 2026.05.03 |
| 드라마 '모자무싸'를 통해 다시 생각해 본 '아지트'의 의미 (0) | 2026.05.02 |
| '내셔널 트러스트' 로고속 도토리, 한국&영국의 비유 차이! (0) | 2026.05.01 |
| 세상은 요지경!-가짜 결혼식 청첩장 뿌린 교장 (0) | 2026.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