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무수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쓰거나 말하지 않으면 모두 사라진다."
& 사유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
그녀의 마지막 책인 'The Life of the Mind'에서 일러준 말이다.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기록하고 싶어지는 요즘, 왜 그런가를 생각하다 보니 떠오른 그녀의 말.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머릿속에 개인의사유는 개인의 내부적인 활동에 그치지 않으며 외부세계와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하며 사회 참여의식을 고취하는 입장에서 주장한 말이다.
우리에게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으로 유명하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악의 평범성'
이 개념은 'Eichmann in Jerusalem: A Report on the Banality of Evil'에 실려 세상에 보도되었다. 그녀가 기자로서 1961년 예루살렘에서 공개적으로 열린 아이히만의 재판을 직접보고 일 개인이 어떻게 600만의 유태인들을 대량학살할 수 있었는지 보도하려다 출현하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에 임하던 아이히만의 고지식하고 성실하게만 보이던 얼굴영상은 다른 방송 매체들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년 전 책의 내용을 정리하여 설명해 주는 교양프로그램에서 간접 독서체험을 하게 되었다.
읽지도 않은 그녀의 책에 실린 악의 평범성에 대한 몇가지 설명이 가슴에 확 와닿았다.
악은 생각하지 않는데서 출발한다. 그것이 악의 평범성이다.
슬픈 사실은 대부분의 악행이 선과악 중 하나를 결코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 다는 것이다.
악은 무관심에서 번창하며 무관심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가끔 일반인의 무지가 가져오는 인생의 여러 가지 실수들, 타인에 대한 결례들, 혹은 사회의 부당함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악의 평범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의당, 대량학살과 같은 어마한 전쟁상황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느낀다.
과거 담배의 유해함을 모르던 시절엔 아기가 잠든 방에서조차 담배를 피는 아버지가 존재했다. 여자와 명태는 두들겨야 맛이 난다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남자들이 존재했던 시절도 있었다.
노예가 있던 고대 시절만이 아니라 여자에 대한 엄청난 차별을 두는 일부 나라의 현재상황도 달라진 것 없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흑인노예를 물건처럼 취급하던 시절, 영국의 흑인운송회사는 풍랑을 만나 부서진 흑인 운항선의 보험
처리에서 실린 흑인의 머릿수를 상품의 수로 계산해서 보상을 받았다고 한다. 상상할 수 없는 무지가 버젓이 펼쳐진 세상이었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 머릿속에 들어오기전엔 몰라서 한 실수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는 것은 그렇더라도 참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만 끝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나 아렌트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 특별한 사람들의 극단적인 의지나 판단으로만 일어나지 않음을 말해준다. 그보다는 누군가 범죄를 저지르는 사회적, 정치적 조건에 대한 이해와 그에 대한 대처를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참여의식은 그래서 중요한 시민의 자세임이 틀림없다.
세상소식을 멀리하는 요즘 반성할 태도인가 싶다.
그리고 그녀가 다른 책에서 한 마디. 기록해햐한다. 사라지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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