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도 일어날 법한 숙소 예약 에피소드
이번 2023년 스위스 여행은 2017년 캐나다 록키여행 이후 오랜만에 큰딸과 동행했다. 항공권 예약은 내가, 일부 숙소(그린델발트지역)는 딸이 했었다. 똑똑한 딸아이도 할 수 있는 실수라 기막힌 이 에피소드를 정리해보려 한다.
한 밤중 사건의 전말
둘째 날 루체른에서 유람선도 타고 리기산에 들러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루체른에서 그린델발트를 향하는 기차에 꽤 늦은 시각에 오르게 되었다. 딸은 그린델발트는 작은 마을이지만 언덕이 조금 있어 숙소까지 걷기에 힘들거 같아 버스를 타야겠다고 했다. 2시간 33분의 소요의 기차시간 후 그린델발트 기차역에 내리면 일반적인 체크인 시간 3-4시를 훨씬 넘겨 8시경 도착할 거 같아 호텔 측에 조금 늦을 예상인 걸 알렸다. 문제없다고, 기다리겠다는 답장을 받고 기차에서 느긋하게 앉아 점점 달라지는 산세를 보며 잉글랜드에서 온 가족과 간단한 말들을 주고받으며 도착했다. 버스가 끊겨 호텔 주소로 경로를 찾아 20여분 걸어 올라갔다. 내가 가장 앞장서서 "바로 여기야" 소리를 지르며 안도감을 내비쳤다.
주인여자분이 백발의 멋진 노년아주머니였다. 딸아이가 들어서니 서로 "바로 당신이구먼! 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체크인 소속을 끝냈다. 묵직한 17번 방 열쇠를 주며 방을 나갈 때는 여기에 걸어두라고 하며 보여주는 열쇠걸이엔 모든 열쇠가 나가있어 방이 겨우 하나 남은 걸 알 수 있었다.
발코니에서 보는 아이거 북벽에 감탄하며 모두 신이 났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김부각음식과 라면을 끓여 먹으며 산세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었다. 완벽한 베란다위치에 경탄하고 딸의 선택을 칭찬하고 잠이 들었다.
샤워 후라 얇은 이불과 산의 기온에 추위가 몰려와 웅크리고 잠이 막 들었는데......
잠시 후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거운 눈꺼풀을 추켜올리며 불쾌하게 일어나 앉았다. 내 머리맡의 문이 열린 채 낯선 젊은 여자와 키 큰 중년의 남자가 팔짱을 끼고 있는 게 아닌가?(일반적 호텔습관 탓에 열쇠를 돌려 문을 잠그는 것을 잊고 잠이 들었었다)
너무 놀라 잠이 깨면서도 눈은 복도의 빛을 이기지 못해 따가웠다.
딸을 흔들어 깨우고 젊은 여자에게 말을 들어보니 이 방은 자신들의 예약방이라며! 인쇄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딸도 혼비백산 뻗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우리 둘은 옷을 주섬주섬 입고 복도로 나섰다. 모두 함께 호텔 입구의 리셉션으로 내려가 자초지종을 서로 들었다. 영어가 잘되는 대만 아가씨는 호텔 측으로부터 받은 답장의 내용을 들이밀려 자신의 방번호가 17이라고 알려주고 우리는 우리대로 호텔 측과 주고받은 메시지를 들이밀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핸드폰은 쥐고 있어 바로 들이밀 수 있었다.
모두 난감하여 주인할머니를 찾을 방법을 생각하다가 프린트물에 적힌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하자 잠시 후 할머니가 혼비백산하여 숙소 어디선가 달려 나오셨다.
"Wait, Wait~~" 할머니는 양쪽의 말을 함께 듣다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며 자신의 메일과 메시지를 모두 확인하겠다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런 사이, 가장 앞장서서 호텔로 들어섰던 나의 실수로 빚어진 일이 아닌지 두려워 핸드폰을 찾아 딸이 보낸 인터넷주소와 호텔 이름, 그리고 벽에 걸린 호텔의 이름과 로고를 비교하며 잠을 쫓아냈다. 다행히 이름이 똑같았다.
그럼 뭐지? 이 난리가??
딸아이 뒤에서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찌푸린 대만의 내 또래 중년남자와 커다란 캐리어를 옆에 두고 넋이 나간 여자아이 엄마는 모두 엄청 지쳐있었다. 이미 밤 11시 30분이 돼 가고 있었다.
잠시 후 예약자 이름을 다시 훑던 주인 할머니와 뭔가 꺼림칙했던 딸아이가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딸아이가 짧게 탄식을 내뱉었다. 이름이 같은 호텔이예요. 동시에 할머니도 사태 파악이 되었다고 문제를 푼 사람처럼 짧은 안도의 고개짓을 하셨다.
"맞아요. 이런 일이 있었던 거 같아요. 저희 호텔과 같은 이름의 호텔이 다른 곳에 또 있어요."
모든 우연의 일치가 빚어낸 한 밤 중 소동
1. 똑같은 동양인
2. 딸과 부모님 총 세명의 인원 구성
3. 3일밤 예약
4. 매우 늦겠다는 서로의 전갈
"오! 너가 늦을거라고 연락한 아가씨로군!"
들어서며 서로 주고받은 말로 모든 걸 다 확인했다고 생각한 거다.(늦어도 괜찮다고 한 답변은 예약한 다른 호텔 측에서 보낸 거였는데...... 할머니도 여권의 이름을 대강 훑었던 것이다. 어차피 늦는다고 말한 동양인 가족 세명이려니, 뭐! 하신 거였다)
할머니는 여권을 대강 훑은 자신이 실수했다며 미안해했고 우리는 우리대로 숙소주소를 확인하지 않아 미안해했다. 그리고 나서 가방을 챙긴 속도란!! 5분이 안 걸리는 민첩함!
그날 밤 우리는 빈 방이 없어 의자를 맞댄(예전 샬레 형식이라 긴 안락소파도 없다) 1층 한편에서 (할머니의 도움이란 겨우 담요 여러 장) 오그리고 잠이 오락가락하며 새벽 첫 기차를 기다려야 했다. 새벽 5시 48분이 첫차라 5시경 호텔 밖으로 나갔다가 기겁하고 들어왔다.
커다란 아이거북벽의 형체가 공포스러울 만큼 크고 검었다.
6시를 넘겨 우리는 여명이 아주 약간 나오기 시작할 즈음 역으로 향했고 원래의 호텔에 가서 열일 제치고 아침부터 먹게 되었다. 피곤에 절은 얼굴로 커피를 재차 주문했다.
딸의 실수는 누구나에게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도시에 같은 이름의 호텔이 있으면 일어날 수 있는 일. 사실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지만 스위스의 모든 도시지명에 익숙지 않으면 일어날 법한 일이다.
원래의 호텔은 침구가 훨씬 좋아서 날로 샌 밤이 더 아쉬웠다. 아이거 북벽을 대신해 고지대라 마주한 산에 비친 해가 바로 코앞 같아 좋았다.
호텔 등 숙소 찾기
오래전엔 에어비앤비를 즐겨 찾았으나 지금은 구글지도를 이용한다. 구글지도를 이용하면 도시전체를 살피기도 좋고 다른 방문 할 곳의 위치와 숙소의 거리나 경로를 파악하기 좋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위치를 파악한 후 호텔의 홈페이지를 바로 접속하여 찾아보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숙소를 검색하면 하단의 OTA(online Travel Agency)의 목록을 보고 가장 저렴하게 중개해 주는 사이트를 클릭하게 된다. 리뷰와 호텔 측의 다양한 답변이나 방문자가 찍은 사진들도 도움이 되니 볼거리가 많아 많이 이용하게 된다. 거기서 바로 클릭하여 중개에이젼시사이트로 옮아갔다면 그런 사단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면 구글에서 호텔의 위치를 찾아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뜬다.
예를 들어 그중에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는 '선스타그린델발트'를 클릭한다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뜨고 그 아래로 여러 중개 OTA목록(부킹닷컴, 아고다, 트립닷컴, 호텔스닷컴 등등)이 보인다.
늘 하던 대로 이 중에 선스타그린델발트 홈페이지로 바로 접속했거나 부킹닷컴을 클릭했다면 (지금 화면에 호텔 홈페이지가격이 더 저렴하니까 그럴 리 없겠지만) 우리는 별문제 없이 그린델발트에 육중한 돌덩이 산을 마주한 스위스의 대표적인 전통가옥(샬레)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딸아이는 바쁜 시간 예약하려는 샬레-호텔의 이름을 외워 다음날로 예약을 미루고 잠이 들었던 것이다. 다음날 구글에서 바로 호텔의 이름을 검색, 호텔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3박의 예약을 무사히 마치고 며칠 뒤 스위스로 출발한 것이다!!!
머릿속엔 처음 구글에서 본 여러 중개사이트와 함께 뜬 사진들이 보인 그 호텔(할머니의 샬레)일 것이라고만 생각한 것이다. 도착해 짐을 풀면서도 사진과 똑같다며 우리의 칭찬에 으쓱했으니까!!
오 마이 갓~~~
이제 이름을 외운 뒤에도 주소가 확실한지, 주변이 같은지, 사진이 일치하는지 확실히 알고 예약하게 될 것이다. 실수로 배우는 것도 많은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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