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판결'을 보고

어제 오후 (4월 28일) 티비를 켜니 법정에 고개를 숙인 김건희와 그에 대한 판결을 낭독하는 판사의 모습이 보인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문제가 마무리되나 잠깐 귀기울이다가 티비를 껐다. 긴 판결문을 다 듣지 않고 말이다. 오늘 아침 그 요지에 대해 뉴스를 들으며 생각해 본다. 김건희 죄목은 두 가지로 요약되었는데 주가조작과 금품수수이다. 
 

한국경제

이 뉴스를 접할 댸마다 내게는 이런 의구심이 든다. 샤넬백? 나야 한 번도 엄두 내지 못한? 혹은 전혀 마음이 없는(?) 일이지만 주변에 목돈이 생기거나 기념할만한 경우 그 정도 백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기에 그 정도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야 뭐가 그리 문제일까? 싶기도 할 텐데!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음은 그가 영부인이라는 자리에 있었기때문이라 이 문제를 정리해 보았다.
 
주가조작 의혹은 분명히 무겁게 느껴진다. 그런데 명품 가방 하나는, 솔직히 말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럴 수도 있는 일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치기 쉽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지점에서 멈칫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금액의 크기를 떠올렸다.
그 세계에서는 그 정도가 정말 큰돈일까??
어쩌면 하루 소비의 일부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조금 더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이 문제는 애초에 금액의 크기로 볼 일이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이 옮겨간다.
 
주가조작이라는 것은 결국 시장을 건드리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격을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이익을 얻고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문제는 그 대상이 특정 개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에 들어온 수많은 사람들이 그 영향권 안에 있다.
그래서 이것은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
“질서를 흔드는 일”에 가깝다.
반면 명품 가방 논란은 전혀 다른 결을 가진다.
이것은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다.
왜 받았는가? 힘이 있는 위치에 있는 자가 받은 명품은 내가 생각하는 명품의 그것과는 다른 무게를 지니고 잇는 것이다.
 
어떤 관계에서 주고받았는가?
그 안에 기대나 의도가 있었는가?
이 질문들이 핵심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금액은 오히려 본질에서 멀어지는 요소일지도 모른다.
값이 크냐 작으냐보다, 그 선물이 오간 자리가 어디였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권력 주변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도 의미를 갖는다.
작은 물건 하나가 관계의 신호가 되고,
때로는 접근의 통로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문제는 “얼마짜리냐”가 아니라
“왜 그 자리에 있었느냐”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이 있다. 사람들의 체감이다.
주가조작은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급등이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긴 해도 여전히 주식시장의 주요한 용어들은 일반인들에게 낯설고 어렵다. 구조도 복잡하고, 직접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반대로 명품 가방은 너무 쉽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니, 바로 감정이입이 된다.
그래서 실제의 무게와는 다르게, 사람들의 마음에서는 가방 쪽이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묘한 괴리가 생긴다.
법적으로는 주가조작이 훨씬 무거운 문제인데, 감정적으로는 가방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결국 정리해 보면 이렇다.
하나는 시스템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신뢰의 문제다.
하나는 시장을 흔들고, 다른 하나는 권력을 바라보는 시선을 흔든다.
그래서 둘은 비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층위에 놓여 있는 사건들이다.
처음 가졌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명품백 그거 하나 일반인들도 맘먹으면 살 수 있는(?) 그거하나!
“그 정도는 작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은 여전히 가능하다.
다만 이제는 그 질문이 조금 달라진다.
그 물건이 얼마나 비싼가 가 아니라,
그것이 오간 자리가 어디였는가? 그들의 관계는 무엇이고 무엇을 대가로 주고받을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 판결이 조금 납득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대통령부인들의 비리들도 떠오른다. 사르코지의 부인이나 필리핀의 악명 높은 이멜다 그리고 지금 이스라엘의 네 타나휴의 부인들이 그들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두 사안의 차이는 더욱 분명하다.
① 피해 범위로 보면
주가조작 → 불특정 다수 투자자 피해
명품 가방 → 직접적인 피해는 제한적
 
② 시스템 영향
주가조작 → 금융시장 신뢰 자체 훼손
명품 가방 → 정치·권력에 대한 신뢰 훼손
 
③ 법적 성격
주가조작 → 명확한 형사 범죄
명품 가방 → 대가성·위법성 판단이 핵심
이 기준으로 보면, 법적 중대성은 주가조작이 더 크지만 명품백도 절대 사소한 것이 아님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디 권력을 가진 자들의 마음가짐이 반듯하기를 그리고 이 판결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