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목요일 넷플에 '어쩔 수가 없다'가 공개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극장에서 보지 않았습니다. 헤어질 결심은 극장에서 보았지만 그의 영화의 비선형서사구조와 감각적인 미장센이 주는 심리적 부담감이 묘하게 불편하여 꺼린 것도 같습니다.
가족들에게 재미있다는 말도 들었고 칸에서의 수상도 기대했었다기에 손을 꼽으며 기다렸다가 보았습니다.
결론!!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여전히 불편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평소 범죄스릴러를 즐겨하는 편이기에 이정도야 뭐! 심지어 여러곳에서 웃음이 절로, 키득키득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떠올랐습니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비선형이다! 하는 것이란 이런 거야. 이런 것이 미장센!!!을 들먹일 수 있는 장면과 사물 그리고 색채들이지, 말하는 영화! 극장에서 부다페스트호텔을 볼 때 입을 막아가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박찬욱과 웨스 앤더슨 (Wes Anderson)은 어딘가 같은 미쟝센을 취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박찬욱을 일컬어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로도 부르니 이참에 여러면으로 알아보았습니다. 비슷한 감독들을 말이죠.

박찬욱감독과 닮은 감독들은 누구일까요?

박찬욱 감독은 워낙 개성이 강해서 “완전히 같은 계열”이라고 묶기 어렵겠습니다. 또한 모든 감독들이 누군가와 닮았다. 비슷해! 하는 말을 들어 좋을 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부류라는 말이 있는 한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스타일·미장센·폭력 묘사 방식·서사 구조 면에서 자주 비교되는 세계적인 감독들을 기준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가장 자주 비교되는 감독들
쿠엔틴 타란티노 (Quentin Tarantino)입니다. 감독이 되기 전 비디오가게에서 일하며 영화를 두루두루 섭렵한 이력이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젊어서 '저수지의 개들'을 보았을 때 그 피의 낭자함에 진저리를 치면서도 매력적인 감독이라 느꼈습니다. 펄프픽션이 저수지의 개들 다음으로 떠오릅니다. 그러고 보니 꽤 보았습니다. 킬빌 1,2와 장고 분노의 추적자들 등등

실제로 <올드보이>가 서구에서 주목받을 때 “한국의 타란티노”라는 수식이 붙기도 했었죠.
그들의 공통점을 살피면, 폭력을 스타일리시하게 미학화? 블랙코미디와 잔혹함의 결합(그래서 보기에 마음이 편치 않아 꺼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봉준호감독에 비해 관객수의 동원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이 닮은 것으로 보입니다.
비선형적 서사 구조가 타란티노와도 비슷합니다. 이야기가 전해되는 방식이 친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선형 서사구조라고 표현되는 거겠죠? 박찬욱 감독이 전방위적으로 인기 있는 감독이 되기에 어려운 점도 이런 점 때문일겁니다.
여하튼 박찬욱이 ‘한국의 쿠엔틴 타란티노’로 불리니 장르 영화(복수극, 범죄극)를 예술적으로 변주하여 가장 많이 비교되는 감독입니다. 복수시리즈가 이를 말해줍니다.
데이비드 핀처 (David Fincher)

차갑고 정교한 연출, 완벽주의적인 화면 구성(미장센을 중시하면 그런 걸까요?), 인간의 어두운 본성 탐구(세븐이 인간의 원천적 죄악을 그린영화입니다.), 정밀한 카메라 워크와 미장센면에서 같은 계열의 감독으로 묶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올드보이> 와<세븐>, <조디악> 같은 영화들이 분위기적으로 많이 비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봉준호 (Bong Joon-ho)
한국 감독이지만 국제적으로는 같은 계열로 자주 묶인다고 하는군요. 항상 같이 언급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저도 친구들과 어느 쪽이 네 취향이야? 하고 갑록을박??한 적이 있습니다. 그 두 분의 공통점이라면 장르 혼합(스릴러+블랙코미디+사회비판)과 치밀한 미장센과 인간 내면의 잔혹함과 아이러니로 알려져 있는데요
다만 봉준호가 사회 구조 비판에 더 무게가 있다면,
박찬욱은 개인의 욕망과 집착에 더 집중하는 차이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미장센과 시각 스타일 면에서 유사한 감독들
웨스 앤더슨 (Wes Anderson)
가장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도 '어쩔 수가 없다'를 보다 제일 먼저 이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떠올랐습니다. 이병헌과 이상민, 염혜란의 난투장면에서 그 영화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더군요. 무의식 중에도 공통점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웃음포인트도 같아서 절로 키득키득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박찬욱 감독을 언급하면 미장센이 절로 따라옵니다. 그러니 다소 결은 다르지만, 대칭 구도, 색감 설계, 미장센 집착 면에서 닮았다는 웨스 앤더슨이 제일 먼저 언급이 됩니다. 박찬욱 영화의 정돈된 화면 미학과 통하는 지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니콜라스 빈딩 레픈 (Nicolas Winding Refn)
덴마크의 감독입니다. 미쟝센하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세계적인 감독이라는 데 드라이브 외에는 본 영화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드라이브>, <네온 데몬> 감독
폭력을 극도로 미화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과장된 색채와 양식화된 연출도 그렇습니다. 대사가 적고(드라이브에서도 대사가 참 적습니다.) 이미지 중심 서사라고들 설명합니다. 드라이브만 보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아가씨>나 <박쥐>의 스타일과 특히 많이 비교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잔혹미학 + 철학적 서사 계열
라스 폰 트리에 (Lars von Trier)

인간 본성의 어두움, 파괴성 탐구하고 도덕적 금기를 과감히 다룬다고 보입니다.. 잔혹하지만 철학적인 서사를 가진 영화를 만들지요. 오래전에 이 감독의 영화 ‘도그빌’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박찬욱 영화의 냉혹한 인간관과 닮은 지점이 많습니다.
미카엘 하네케 (Michael Haneke)

마카엘 하네케 감독은 유럽에서 인정하고 세계가 좋아하는 감독이 아닐까 싶습니다.
폭력을 선정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차갑고 불편하게 제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퍼니 게임> 등에서 보이는 관객을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압박하는 연출이 박찬욱 초기작들과 유사하다고들 합니다. 제겐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불편했었습니다. ‘헤어질 결심’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불편합니다.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처럼 말이죠. ‘아무르’ 같은 작품은 그렇지 않지만 ‘하얀리본’ 같은 작품들은 역시 그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알만한 작품들이라고 생각됩니다. '히든'과 같은 영화도 재미있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우리나라 일반인들에게는 흥행이 적은 영화들이지만 칸에서는 매우 알려진 감독이고 그의 영화들은 위대한 영화 BBC선정 21세기 100편에 다수가 들어가 있습니다.
4. 서사 구조와 분위기 측면의 유사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Brian De Palma)

이 분이 복수극과 스릴러의 거장이라고 불린다는군요. 이 분의 영화 중엔‘스카 페이스’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습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적자로 불릴 만큼 그런 부류의 영화를 만드신 분이라는데, 이런점이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의 정서와 많이 닮았다고 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위대한 알프레도 히치콕의 영화들이 다시 그리워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션임파서블’이 가장 기억에 남을 그의 작품 같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 (Guillermo del Toro)

작년 말 넷플에 그의 최근 작, ‘프랑켄슈타인’이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으며 올라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동진 씨가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구요. 어둡고 기괴한 미학과 어딘가 고딕적 분위기 그리고 잔혹함 속의 아름다움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 중 <박쥐>, <아가씨>와 정서적 교집합을 이룹니다. 프랑켄슈타인을 본 친구가 엄지척을 하며 감탄했는데 제 생각엔 일반인이 흥미롭게 보기엔 너무나 철학적이었습니다. 대사 하나 하나를 놓쳐서는 안될만큼 말이죠.

굳이 이런 여러 감독들의 닮은 꼴들을 모아 한 줄 요약하자면!
“타란티노의 장르 감각 + 핀처의 정교함 + 웨스 앤더슨식 미장센 + 하네케의 냉혹한 인간관” → 이 조합이 가장 박찬욱에 가까운 좌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쩔 수가 없다' 재밌게 웃어가면서까지 잘 보았습니다. 그가 대중적으로도, 세계적으로도 성공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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