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서사
인도영화의 규모가 세계 2위이며 3위는 나이지리아... 의외의 3위에 놀랐습니다. 영화산업의 규모-제작편수나 영화 종사자의 수 등을 헤아린 지표입니다. 나이지리아에선 일주일에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고 영화에 종사하는 사람의 수가 백만 명가량이라고 합니다. -최준영박사에게 들은 이야기이니 믿을 수 있는 통계일 것입니다.
영화업 규모 2위의 인도영화, 그 특색있는 전개-중간에 뜬금없이 출현하는 노래와 군무-와는 전혀 다른 독립영화 런치박스! 전개도 다르려니와 내용면에서도 매우 잔잔한 프랑스 영화를 생각나게 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는 매우 의미 있는 속담을 하나 얻게 되었는데 이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입니다.
이영화 속엔 디바왈라라는 직업인들이 등장합니다. 디바는 도시락 왈라는 일꾼을 말합니다. 도시락을 나르는 일꾼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뭄바이에는 이 도시락을 나르는 일꾼들이 어마하게 많고 이들은 조직이 체계적이라 연 600만 건 중에 한 건 정도의 착오가 생길 정도로 정확하게 전달되고 수거된다고 합니다.
일꾼들이 여러 개의 도시락을 한 번에 나르는 모습은 거의 세상에 이런 일이! 에 등장하는 기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영화에 인도풍 영화가 가진 군무나 노래가 빠진 것도 색다르지만 남자배우-이르판 칸-의 차분하고 지적인 모습과 그 연기력에도 빠져들게 됩니다. 그가 53세로 202년 젊은 나이에 갑자기 암투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희귀종양이라니! 이렇게나 멋진 배우에게 너무나 가혹한 운명입니다.
우연과 필연의 조화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실수를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삶에 위안이 되고, 더러는 그것이 필연이었음을 받아들이게 하는 설득력 있는 인도 속담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그 말이 속담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전혀 다른 인물들이 비유로 들먹이는 것을 보면 분명 속담일 것이라는 게 나의 판단입니다. 여하튼 인도특유의 번잡하고 어수선한 일상을 배경으로 우연하게 일어나는 중년의 로맨스를 그리고 생략하며 결말을 생략한 영화 런치박스!
애정을 주지 않는 남편에게 점심도시락을 전하는 여자와 도시락을 잘못 전달받은 남자가 도시락 속 짧은 대화로 삶의 활기를 얻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보기에도 중후함이 묻어 나오는 남자주인공은 젊은 여자 앞에서 뒤돌아 나오고 그들은 어긋나 다른 기차를 타지만 결말은 열려있습니다. 많은 것을 생략하고도 다 전달하는 영화 런치박스를 영화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책과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 (0) | 2023.02.17 |
---|---|
양날의 칼, 인공지능과 미래 (0) | 2023.02.17 |
아들! 그 애절한 자식 사랑 (0) | 2023.02.15 |
그림자 노동 (0) | 2023.02.15 |
선량한 차별주의자 (0) | 2023.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