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손꼽히는 좀비 영화 부산행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컬트무비감독 연상호의 계시록을 보았습니다. 그의 작품이니 대략 기독교적 반감이 깔린 영화일 것이라 예상하고 보게 됩니다. 잘 만들었습니다. 재미 있습니다. 중간 중간 허상이 보이는 여주인공 신현빈이 나오는 대목을 넘겨보면서 얼굴이 찬사를 받아야할 악역의 신민재 배우의 발견도 좋앗습니다.
신민재 배우는 분장이 없인 순둥이로 보이는데 영화속 인상 참! 무서웠습니다. 저런 사람이 밤길에 뒤에 있다면 어리털이 다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이영화에 프로듀서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참여했다는 게 신기합니다. 진짜 글로벌한 세상입니다. 전문가들이 서로 교류하는 세상입니다.
마침 일본법원에서 통일교에 해산 명령이 내려진 뉴스와 시기가 겹치니 기독교적 교리에 반감이 더해집니다. 이 영화속말미에 잠깐 나오는 심리학과 교수가 류준열(목사역)의 심리 상태를 일컫는 전문용어와 이를 이해하도록 돕는 대사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아포페니아라는 전문적 심리용어를 알아보기 전에 교수의 덧붙인 말을 알아볼까요?
이런 사람들(류준열 역의 목사)은 배가 떨어지죠? 기어이 까마귀를 만들어 냅니다.
정말 딱 들어맞는 비유인 것 같습니다. 신념이 참 무서울 때 아포페니아가 떠오를 것 같습니다.
뒤틀린 광기라고 적힌 포스터의 글귀가 아주 딱입니다. 류준열의 연기도 신민재 배우의 험상궂은 얼굴도 신현빈의 연기도 모두 다 좋앗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환영받는다고 하는군요.
그럼 아포페니아가 뭘까요? 이 용어를 알아보았습니다.
용어의 출발
아포페니아는 서로 관련이 없는 현상이나 사물들 사이에서 의미 있는 연관성을 인식하거나 찾으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 용어는 1958년 독일의 정신병리학자 클라우스 콘라트(Klaus Conrad)가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정신 병리학자 콘라트는 아포페니아를 정신분열증 환자의 망상적 사고가 시작될 때 나타나는 특성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를 "비정상적인 의미의 특정 느낌과 함께 (동반되는) 연결에 대한 무의식적인 보기"로 정의했습니다.
아포페니아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아포페니아의 특징
무관한 사물이나 현상 사이에서 패턴이나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
인간의 인지와 사고에서 오류와 착각의 원인이 될 수 있음
동시에 창조성의 원천으로 여겨지기도 함
그런데 짐작되다시피 이 심리적 상황이 우리의 인류역사 전반에 동력이 되기도 하고 그것은 수없는 예술과 문화로 자리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별자리를 만들어 신화를 연결짓거나, 달 표면에서 토끼 모양을 찾는 것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상상력을 기반으로 예술, 문화, 다양한 상징 체계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왔습니다.
그뿐 일까요?
인간의 역사에 자취를 남기는 큰 사조말고도 일상에서 스스로를 위안하거나 회피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앞에서 우리는 우연을 뭔가 의미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타인에게까지 강요하거나, 힘의 우위에서 작용되거나, 희생을 강요하는 등의 정도에 이르면 문제가 되겠습니다.
아포페니아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연상호 감독이 기독교에 반감이 큰 사람일 거라는 예단을 혼자 해보았습니다. 기독교뿐 일까요? 우리 문화 속 관습과 온갖 터부 같은 믿음도 이런 심리의 일종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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