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추천 영화 '버티고'

반응형

제목이 이색적이다.
천우희와 유태오의 격정적인 신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 '버티고'란 제목으로 미루어 천우희가 지난한 인생을 절절히 버텨내는 뭐 그런 이야기려니 싶었다. 
영화를 시작할 때 날짜가 자막으로 뜬다. 그옆에 날씨도 함께, 역시 색다르다. 날짜가 자막으로 보이는 이 의도는 뭘까 계속 궁금해하며 영화감상을 시작하는데 여전히 '버티고'라는 이색적인 제목이 머릿속에 맴돈다.

 
 

이중적 의미의 제목

혹시 vertigo? 그럼 현기증인데? vertigo movie라는 쟝르가 아예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대표작 '현기증'이 떠오른다.
 
영화가 시작되는 도입부에 이 제목이 이중적이라는 판단이 생긴다. 유태오와의 비밀 접선 장소, 그녀의 그런 처지를 또 다른 남자 정재광에게 보여주는 장소로 '버티고' 카페'가 나온다, 거기에 정확히 영어이름 간판이 보인다.

서영(천우희)은 현기증을 동반한 청각 문제를 가지고 있다.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고 있는 서영은 현기증을 자주 느끼고 그 때마다 소리의 크기가 달라지며 의식이 흐려지기도 한다. 이 때 보여주는 장면의 교체와 천우희의 큰 눈, 그리고 사람의 육성으로 읊조리는 노랫가락들이 이영화를 매우 세련되게 만들어준다.
 
끔찍한 현실을 버티고 있는 서영과 서영이 가정폭력으로 얻은 현기증 vertigo가 이중적으로 보이는 제목이다.

 

줄거리

아버지의 폭력으로 얻은 청각문제를 가진 서영은 큰 회사의 임시 계약직 디자이너다. 재계약을 앞둔 천우희, 서영은 회사에선 자기 색을 나타내지 않는 조용한 디자이너로 살고 있지만 사무실의 훈남으로 모든 여자의 주목을 받는 외국어 능력자 이 차장(유태오)과는  비밀스러운 연애를 하고 있다. 이차장은 서영을 자신의 성 안정을 위한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서영에게 동질감과 측은함을 가지고 만나고 있다.
 
이차장(진수-유태오)과의 사랑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서영에겐 경제적으로 기생하는 재혼한 엄마가 있고 엄마의 푸념과 요구는 서영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서영은 이차장과의 결합을 꿈꾸고 지구반대편으로 도망가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 그런 서영에게 이차장은 명확한 제스츄어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녀가 돌싱남으로 알려진 이차장에게 가족으로 소개를 요구하는 시점부터 이차장은 출장 등을 빌미로 소원해지기 시작한다.
 
이때 이 큰 회사건물의 외벽 유리창을 청소하는 일이 시작된다. 관우가 등장한다. 거동까지 의존하는 늙은 아버지를 부양하는 관우 또한 서영과 비슷한 처지이다. 아버지 부양에 성을 미끼로 유튜브를 운영하는 누이까지! 그런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막내로서 작업자들과 어울리는 관우는 또 하나의 일을 가지고 있다. 그 건물의 아래층에 위치한 서점 앞에서 마임 연출가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여기서도 그는 입구의 천장 위쪽에 걸터 앉은 삐에로로 나온다.
사무실 유리창밖, 서점앞 그리고 뒤따라가 옆에 앉은 버티고 카페와 술집에서 관우는 서영을 지켜보고 마음을 주고 있다.
 
이때 회사의 외부인 출입에 의한 문제로 사무실 모두의 cctv가 조사된다. 서영과 이차장의 관계 그리고 사무실에 무단으로 들어와 서영의 자리에 위로의 선물을 놓고 간 관우의 정체가 발각되며 위기가 정점에 이른다.

이차장은 색다른 면모가 있었으니! 그는 양성애자이다. 그 문제로 이차장은 서영에게 아무 변명도 없이 회사를 나가게 된다.

 

서영은 왜 나였는가? 를 물으며 심한 현기증을 느끼고 좌절한다. 이즈음 그녀의 어머니는 비좁은 그녀의 방에 와서 얼마간 기거하며 뻔뻔한 짐이 된다.

서영은 세상을 등지고 싶어 한다.

 

휴일, 일을 위해 출근한 서영에게 녹화 테잎의 내용을 빌미로 서영을 조종하려한 부장이 출근하여 단둘이 서게 된다.
문을 가로막은 부장, 성폭력하려 하고 서영은 얼굴이며 이곳저곳 상처를 입게 된다. 이 때 마침 창밖을 청소하던 관우가 강화유리를 두드리며 저항하며 더 큰 사태를 막게 된다. 서영의 수치심과 좌절이 극에 이른다.

 

옥상으로 올라가 (이 일로 서영은 짐작으로 알고 있던) 관우를 제대로 마주하고 그와 그의 상급자에게 부탁하여 건물의 외벽을 타게 된다. 안전장치를 하고 서서히 내려가다가 멈춘 곳에서 아래와 앞쪽 바다를 내려다보던 서영이 등의 안전핀을 스스로 풀고 낙하한다.

 

이 끔찍한 장면을 어찌 처리할까 조마하던 순간 이중안전장치의 줄이 서영을 공중에 매단다.

 

이 장면이 참 아름답게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관우가 건네는 말이 이 영화가 전하는 메세지라고 생각한다.

 
 

떨어지지 않아요. 다른 줄이 더 있거든요!
(정확한 대사가 생각나지 않지만 그런 내용이다)

 
 (이진수 차장은 갔지만 그녀에겐 또다른 위로! 관우가 왔다.)

 

관우가 서영을 끌어올리고 거치대에 팔을 걸친 서영과 입맞춤하며 화면 속엔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이 둘의 입맞춤을 사무실의 안쪽에서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때 창문 테두리(프레임) 안에 그 둘이 안전하게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들게 된다.
 

 

느낌 혹은 감상평

 

이 영화가 시작되는 장면의 시작은 가을 이 시작되는 9월 21일부터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 영화가 끝난다. 
겨우 두 달이 채 되지 않는 동안 사무실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 속에 많은 이의 인생이 들어오고 나가며 영화의 몰입을 돕는다. 진행되는 동안 간간히 자막으로 보여주는 날짜와 날씨는 감독이 무엇을 의도한 것일까?

흐리거나 청명한 날씨와 사건이나 서영의 감정과 관계가 있었나 생각하면 그것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장면전환의 장치같은 역할을 해선지 몰입을 돕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가 개봉된 것은 2019년도였다고 한다. 몰랐다니 흥행에는 실패한 모양이다.
 
영화가 한 편의 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매우 섬세하고 아름답다. 장면마다 다양한 촬영기법들이 나오고 선곡된 음악들도 하나같이 조화롭다. 특히 서영이 현기증을 느낄 때 흐르는 사람의 목소리로 나오는 노래나 읊조리는 소리가 참 매력적이다. 
천우희의 큰 눈이 영화의 제목이나 서영의 캐릭터를 보여주기에 정말 딱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우 역할의 정재광 배우의 선택도 이차장의 유태오도 좋았다는 생각이다.
 
천우희 배우는 전형적인 미인(성형으로 만들어져 거기서 거기인)이 아니어서 영화를 몰입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귀한 여배우라고 평소 생각한다. 정말 연기 잘하는 것 같다. 약간 돌출하고 큰 눈은 긴장감을 보여주는데 아주 효과적인다.

 

이 한정된 장소와 두 달쯤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사람의 행동 하나, 둘에 보이는 그들 각자의 세상은 생각보다 넓고 다양하다.
 
이 영화 참 잘 만들었다.


감독 전계수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버티고!

 

제목 위아래 '당신을 오늘을 위로할' 이라는 문구가 감독의 마음을 전한다. 여기저기 실존할 버티는 이를 위한 영화 '버티고'를 추천하고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