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
오랜만에 참 좋은 책을 구입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들자마자 거침없이 읽히는 비평가의 책은 드문 편인데 참 귀하고 좋은 책이란 생각에 다 읽지도 않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이란 사람의 책인데 그를 소개하는 책 겉장 이면에 쓰인 것을 읽으면 책 구성의 이유가 이해된다.
그의 관심사는 예술의 윤리적 역량, 윤리의 비평적 역량, 비평의 예술적 역량이라고 한다.
책은 신형철의 두 번째 산문집으로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를 펼치니 제목이 다시 등장하고 여러 가지 책과 글, 그리고 영화 그리고 역사적 사건에서 느꼈던 인간의 슬픔에 대해 쓰고 있다. 1부의 첫 번째 글이 영화 킬링디어에 관한 생각인데 개인적으로 아주 충격적인 영화였고, 주인공인 영화배우 베리 키오건의 열렬한 팬으로서 이 글을 포함한 1부를 맨 나중에 읽고 싶다. 이 1부의 마지막 즈음에 폭력에 대한 감수성으로 글을 쓰셨으니 세상에 노출된 사건 사고와 역사 그리고 다양한 예술로 보여준 인간의 폭력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담겼을 것이라 생각된다.
2부, 3부에서는 소설과 관련 책들에 대해
4부에서는 시에 대해
5부에서는 우리나라 역사적 사건 및 고전과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형철 선생님의 생각이 쓰여 있다.
제일 먼저 읽는 부분은 2부, 소설 부분이다. 대체로 평론가의 글은 너무나 전문적인 용어로 쓰여져 읽지 않은 글에 대해서 공감하며 읽기가 쉽지 않다. 소설이나 시의 책 말미에 추천하는 평론가 글은 지나치게 현학적이어서 이해 또는 공감하지 못할 때 무엇을 읽었던 건가 물으며 스스로 낙담할 때가 많았다.
이 분의 글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말 들자마자 읽힌다.
무엇을 말하는 지 글의 소재가 된 글을 읽지 않았어도 짐작이 되는 정도이다.
소설을 읽는 이유
2부 소설 분야를 시작하는 첫 번째 글, '삶이 진실에 베일 때'를 통해 소설을 읽는 또는 소설을 쓰는 이유가 납득이 된다. 개인적으로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것들을 선호하는 이유를 인정받은 느낌이 들어 뿌듯하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것이 소설이다. 그래서 작품은 작가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법이다.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에 대해서는 소설에서 인물이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이란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납득을 위해 우리는 70년째 이 이야기를 읽고 있다고 말한다. 인물의 다양성과 그 이해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해 인물이 만드는 소설만의 매력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다.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는 특정 단어가 사람에 따라서, 나잇대에 따라서 어떻게 다르게 이해되는 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소설을 쓴 작가의 인식이 그려지고 그것을 독자가 새로운 인식으로 재생산하는 특성을 유추해 보면서 읽게 된다.
오래전 읽었던 은희경 작가의 글도 등장한다. 그분의 글에 대한 나의 기억은 '유려함'이라는 단어였다. 다 잊어서 다시 한번 뛰어난 은희경 작가의 소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친다.
2부의 맨 마지막글엔 소설을 읽는 이유가 쓰여 있는데 참 좋아서 밑줄을 그었다.
시와 소설분야에서 모두 퓰리쳐상을 받은 유일한 저자, 로버트 펜 워런은 '우리는 왜 소설을 읽는가?'라는 글에서 그런 대답을 했다고 한다.
소설은 우리에게 우리가 원하는 것만을 주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소설이 우리에게, 우리가 원하는지조차
몰랐던 것들을 줄 수도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을 만났다.
1부 1편의 글 '킬링 디어'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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