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후드, 그 길고 긴 여정의 기록
Boyhood!!!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2014년작 영화
이 영화가 만들어진 지 3년이 지난 후에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이 영화의 제작 기간이 무려 12년이라는 것입니다. 보통의 영화들이 아이디어가 생기고 시나리오가 나오고 제작자를 찾는 기간들을 모두 포함해서 여러 해가 걸리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영화촬영 자체가 12년이나 걸리는 일은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작 기간을 증빙하는 대표적인 사진은 주인공 메이슨의 성장과정을 그대로 닮은 첫 흑백화면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들의 실제 삶의 모습을 변조 없이 그대로 앵글에 담아 그 시간의 흔적이 그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링클레어 감독은 인내심이 대단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들리는 소문에는 이영화의 촬영에 얽힌 갖가지 후일담 중에 하루에 20분 내지 30분만의 촬영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많은 장비와 스태프가 준비된 상황만 생각해도 탄복이 나오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메이슨의 6살부터 무려 18살까지의 성장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낸 인간의 역사, 그 자체로 참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잇지만 이 영화속에 담긴 주인공들의 생활사에도 큰 울림이 있습니다.
주인공 엘라 콜트레인은 지금쯤 어떤 사람으로 살고 있을까?
이런 가슴폭에 안긴 아들은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엄마품을 떠날 것이다.
부모의 이혼상이 양쪽을 오가며 지내는 마음씨 여린 남자아이 메이슨이 측은하고 가엽기도 하지만 혼자서 두 아이를 양육하며 자신의 길을 헤쳐나가는 엄마의 역할과 심정의 변화에도 크게 공감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살기위해 집을 떠나는 대학 입학생 아들에게 짐을 추리던 그녀가 소리칩니다.
" 오늘은 내 인생 최악의 날이야. 떠날 건 알았지만 이렇게 신이 나서 갈 줄은 몰랐다. 결국 내 인생은 이렇게 끝나는 거야.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결혼하고 애 낳고 이혼하면서. 네가 난독증일까 애 태웠던 일, 처음 자전거를 가르쳤던 추억. 그 뒤로 또 이혼하고, 석사학위 따고, 원하던 교수가 되고, 사만다를 대학에 보내고, 너도 대학 보내고...
이젠 뭐가 남았는지 알아?
내 장례식만 남았어!
난 그냥...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어."
왈칵!
난 그냥 뭔가 더 있을 줄 알았어. 빈둥지경험을 하는 모든 중년의 여자들이 자식에게 갖는 심정임을 실감합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대입과 동시에 자립하는 서구의 아이들과 그 상황을 기쁘게도 동시에 서글프게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와닿는 대사였습니다.
누구나 인생은 한 번만을 살기에 언제나 실존에 직면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이어서 더 현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본질은 무엇일까요? 남들이 알려준 본질보다 자신이 느끼는 실존의 문제들이 더 절박한 게 인생입니다. 그 자체가 본질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한 번 인 인생이기에
소년이 짊어진 두려움과 방황은 인생전반을 걸쳐 계속되는게 아닐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는 이야기 합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마음 여린 메이슨, 그저 40년 후의 소릴 왜 당겨하냐는 핀잔도 작은 소리로 내뱉습니다.
낡은 트럭을 타고 대학기숙사로 향하는 메이슨의 길 음악이 어우러진 그 길, 영상에선
엄마 올리비아의 외침에 쏟았던 눈물이 멈춰지고 마음이 가라앉는 걸 느낍니다.
진정이 됩니다.
뭔가 더 있을지 모르는?(과연 그럴까?) 그들의 삶이 다시 계될 것입니다.
링클레어 감독, 그가 만든 스쿨오브 더 락도 참 좋은 영화이고 여러 번 보았습니다. 좋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에게 늘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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