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짝의 신발로 남은 사나이 (맨홀 아래) 6

그런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별안간 그가 죽었다니! 전화기 너머 우는 엄마에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어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어둠이 스며든 방안, 나는 눈앞의 벽, 뉴스에서 본 맨홀, 그리고 그의 얼굴이 겹쳐지며 시간과 공간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한참을 울고난 엄마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복기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전화기 화면에 뜬 낯선 번호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다가 마침내 받았다고 했다.

“네, 여보세요?” 경계를 하며 물었을 때 어떤 말에도 넘어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 순간 엄마에게 사기전화라면 의당 내 이름을 들먹일 것으로 여겼을 테니까.

“제천경찰서입니다. 혹시 권기혁씨 가족분 되시나요?”

순간 엄마는 전화를 놓을 뻔했다고 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려 전화기를 힘줘 붙들었다고. 기혁이가 엄마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오히려 의심이 없어졌다고 했다.

“…기혁이요? 예, 제가… 엄마예요.” 기혁이 엄마라는 말을 입으로 뱉은 것은 처음이었을 것이다.

“다름 아니라, 며칠 전 제천에서 일어난 맨홀 사고와 관련해서 연락드렸습니다. 현장에 두 분이 계셨는데, 업체 대표이신 한 분은 사고 당일 심정지로 발견되셨다가 사망하셨고요, 한 분은… 실종 상태였거든요.”

“경찰이 놀라지 말라며 잠시 말을 멈추더라” 엄마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엄마는 전화기 너머로 흘러나오는 경찰의 말이 마치 뉴스 보도처럼 들렸다고 했다.

“지금은 권기혁씨 신원이 확인되었고요. 유가족 확인이 필요해서 연락드렸습니다. DNA 시료 협조 부탁드립니다.”

순간 엄마는 멍해져서 말을 잇지 못했다고 했다.

“여보세요? 권기혁씨 어머니?”

“그, 그럼… 그게… 기혁이 맞단 말이에요?”

“네. 실종되었던 권기혁씨, 수색 사흘째 되는 날, 맨홀 아래 600미터 지점 강 하류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유해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 병원 측에서 유족 확인 절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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