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전화가 온 것은 며칠 뒤였다.
“너 뉴스 봤어?” 몇 주 만에 전화를 걸어 다급하게 묻는 엄마 목소리에 짜증부터 났다. 엄마는 ‘그거 티비에 나왔쟎아, 너 그거 봤니?’를 물으며 시작했다.
“아니, 무슨 소리야? 뜬금없이, 뉴스를 왜?”
“아이, 글쎄 기혁이 죽었단다. 뉴스에도 나왔다는데.” 엄마는 안부도 묻지 않고 대뜸 누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예상치 못한 말이어서 나는 처음에 이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뭐라구? 엄마, 누가 죽어?”
“기혁이 삼촌 말야. 제천, 기”울컥한 엄마가 말끝을 흐렸다.
“왜?”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천이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아스라한 잔상이 스쳤으나, 단지 그것뿐이었다.
“아니, 글쎄 뉴스에도 나왔다던데. 땅 밑에 들어가 일하다 죽었다더라.” 엄마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땅 밑? 그게 뭐야? 땅 밑에 왜 들어갔는데?”
그의 행적은 늘 기이한 느낌이 있어 나는 땅 밑이란 말에 그가 하다 하다 별일을 다 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 그 뭐야? 하수도 같은 거 보러 들어가는 거기 그 구멍.” 엄마는 맨홀을 떠올리지 못해 짜증을 내며 재촉했다.
“아아, 맨홀?”
“그래, 거기 들어가 일하다 죽었단다, 글쎄.”
엄마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 뉴스에 나왔던 장소의 광경이 바로 떠올랐다. 그리고 카메라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여기자의 마지막 말이 생각났다. 우느라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엄마의 이야기는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에 다시 들을 수 있었다. 경찰서로부터 받은 전화에 얼마나 놀랐을지 예상이 되었다.
그제야 그의 죽음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왔다. 오빠라 부르기엔 너무 나이가 많아, 나는 그를 어려서부터 삼촌이라 불렀다. 스무 살 이상 차이 나는 그를 오빠로 부르기엔 무리라 여긴 아버지와 엄마도 그 호칭을 굳이 고치려 하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고모들이 한마디 훈수를 한 적은 있지만, 그마저도 단 한 번뿐이었다.
사실 그를 삼촌이라 부를 일도 거의 없었다. 그가 우리 집에 나타날 때면, 늘 엄마와 아버지 사이에 흐르던 침묵의 긴장감에 숨이 막히곤 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추석 연휴였다. 나이 지긋한 고모들이 엄마의 상차림에 이것저것 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오랜 외지생활 끝에 나타난 그는 검게 그을린 얼굴에 긴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급하게 잡채며 전을 먹는 그의 등을 쓰다듬던 큰고모가 말했다.
“이 집 장손 꼴 좀 보소.”
“그만해. 고모.”
그가 손가락에 묻은 기름을 닦으며 내가 건넨 물병을 받았다.
그때 내가 물었었다.
“삼촌은 누구네 식구에요?”
어린 나는 나이 든 남자면 으레 삼촌이라 부르는 줄 알았다. 익숙한 삼촌들은 모두 엄마 쪽뿐이었다. 고모들은 일제히 싸늘하게 굳었고, 엄마는 황급히 나를 안아 방으로 데려갔다. 그 후 명절에 그를 본 기억은 없다. 그는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했다.
다음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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