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짝의 신발로 남은 사나이 (맨홀아래) 2

한 사람은 실종되었다. 맨홀 아래에 누군가가 실종될 정도로 큰 공간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겉으로 보이던 구멍은 그 거대한 깊이를 전혀 짐작할 수 없을 만큼 작게 보였다. 기자가 전한, 한쪽 신발과 작고 깊은 구멍, 그리고 땅 아래 실종된 남자가 종일 떠올랐다.

시리얼 한술은 늘 달콤했지만 짜거나 매운맛이 그리울 땐 전날 먹었던 탕이나 찌개 국물에 햇반을 말았다. 아침에 조리하는 일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엄마가 보내준 밑반찬 한두 가지에 밥을 먹는 것도 그만둔 지 여러 달이 지났다. 무릎 연골 주사를 맞은 뒤로 엄마는 장보기를 줄였고 반찬 나르던 일을 접었다. 몇 년을 밀어내던 일이, 그제야 자연스레 끝나버렸다. 있을 땐 버리는 것이 일이었던 밑반찬들은 하얀 쌀밥을 두고 한없이 아쉽기만 했다. 반찬가게에서 공수한 반찬들은 너무 달아 쉽게 물렸으며 냉장고 속에서 썩어가기 일쑤였다. 이후 햇반과 김, 그리고 팩으로 배달되는 탕을 쟁여두고 사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출근길은 늘 고단했다. 영진운수는 꽤 큰 회사였지만, 내가 타는 노선만은 유독 낡은 버스였다. 자리는 좀처럼 나지 않았고, 냉방은 있으나 마나였다.

늘어진 비닐 커버에 쌓인 끈끈한 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나는 불쾌함을 느꼈다. 게다가 오래된 재래시장에 가기 위해 끌게를 들고 탄 사람들이 있어 버스 안은 두 다리를 온전히 세워두기조차 불가능할 때가 많았다. 고단한 얼굴의 젊은이 중 몇은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며 인상을 썼다. 그런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노인들과 버스가 같이 홀대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무심하게 핸드폰 영상을 보며 몸의 균형을 이루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버스에 오르기 전 해를 마주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땀으로 번들거렸다.

삼 십여 분이 지나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에어컨 바람이 어깨 위로 쏟아졌지만 체온이 남은 의자는 뜨거웠다. 회사 앞 역 주변은 아침부터 공사 소음이 요란했다. 대형 건물의 벽면을 뒤덮은 전광판에 미끈한 백인 여자의 걸음걸이가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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