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단편소설) 8, 마지막 회

 여자들은 환호했으나 정식은 이내 소주를 찾았고 한 병이 끝나자 범수는 맥주타령을 했다. 부분 가발을 실토한 현조의 아내는 이전보다 모두에게 살갑게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정식의 밀어붙이는 태도에 전혀 찌푸리지 않으며 팬트리로 가서 소주를 직접 들고 왔다. 팬트리가 공개되자 남편까지 남자들이 원한 다양한 술병들이 테이블에 놓이며 식탁은 애초의 세팅과는 전혀 다른 술상으로 바뀌고 있었다. 현조의 아내는 자신이 젊어서는 소주 꽤나 했었다며 정식의 술잔을 받아주기 시작했다.

"처음처럼! 이게 진짜 술이죠!"

이전에 본 적 없는 붉은 얼굴로 목청을 높였다.

서재를 부러워한 남편의 말에 현조는 손사래를 쳤다.

“야, 서재 있으면 뭐하냐. 들어가 앉아 책 볼 시간이 없어.”

오늘 아침에도 나의 옷타령에 귀를 닫고 책방에 들어가 책을 읽다가 나온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니 현조의 말이 위로가 되었는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들놈이나, 며느리나 박사 된다고 자랑하긴 좋지. 근데 앞으로 뭘 할지는 아직도 미지수야. 비용은 얼마나 들었고 공부하느라 보낸 시간은 또 얼마냐?”

술기운에 눈을 치켜뜬 현조의 아내가 술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내 취향을 며느리가 높이 사서?” 현조의 아내가 제 말에 혼자 취해 갑자기 깔깔거리며 히스테리컬 하게 웃었다. 술이 약한 범수와 그의 아내가 웃음소리에 얼굴을 찌푸렸다.

“지들이 알아서 할 일을 여어어~적 해주고 있는 거라니까요. 이제 박사 며느님 살림살이까지 해주게 생겼다고요” 현조 아내의 체념 섞인 웃음소리에 모두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제수씨 그러니까 현조랑 둘이 우리 집에 한 번 놀러 와요. 내가 소주에 딱 맞는 쏘가리 매운탕 끓여줄게.” 정식은 매운탕 소리를 몇 번이나 했고 그의 아내는 우리 내외에게도 같이 한번 오라고 말을 이어갔다. 모두 각자의 십자가를 저울질하는 사이 범수와 그의 아내가 멀쩡한 정신으로 식탁 위 음식과 그릇들을 싱크대로 날랐다. 술 몇 잔에 내 목덜미도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음식을 대충 정리한 식탁테이블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제일 술에 강하고 덜 마신 범수가 모두의 핸드폰을 들어 대리기사를 불러주었다.      

 “아차차, 드릴 것이 있어요.”

술이 제법 취한 현조의 아내가 제 남편을 등을 두드리며 전실로 향한 복도 참에 놓인 와인을 하나씩 들려 보내라 일렀다.      

 

  차에 올랐을 때 취기에 쓰러진 남편은 나의 가슴깨에 머리를 기대고 바로 곯아떨어졌다. 남편의 희끗한 머리 위로 술 냄새가 올라왔다. 적지 않은 나이의 대리기사가 인사를 건네며 운전을 시작했다. 쏟아지는 눈꺼풀 사이로 대리기사의 굵은 목덜미 주름과 성글고 흰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강벽북로로 올라섰을 때 대리기사가 긴 하품을 하는 소리에 안전 운전을 해달라는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지만 이내 눈이 감기고 의식은 사라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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