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단편소설) 5

  두 남자가 강 물결 위로 떨어지는 햇살을 내려다보며 새로 들어선 건물들을 이야기하는 사이 주방 쪽에서 음식 냄새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조의 아내는 결혼식 당일 음식은 어땠는지 물었고 나는 아들과 며느리가 어디로 신혼여행을 갔었는 지 알고도 되물었다. 보기 드물게 아름다웠던 며느리 인물을 이야기하자 현조의 아내는 아들과 며느리가 와인 동호회에서 만났다는 얘기 했다.

와인 동호회라! 공부에 바쁘다 들었는데 한가하게 느껴지는 와인동호회라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신기했다.      

“맛이 어떠세요?”

“너무 맛있는데요.” 궁색한 답이지만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들 내외가 추천한 건데, 최근에 저희도 많이 즐겨요. 진짜 식전주로 딱인 것 같아요.”

“빈 말이 아니고 며느님이 정말 미인이던데요. 물론 아드님도 출중하지만.”

현조의 아내가 손사래를 치려다 말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걔, 진짜 자연미인이죠. 손댄 곳이 하나도 없긴 해요.” 결혼식 피로연에 등이 파인 드레스를 입고 하객들에게 명랑하게 인사하던 연예인에 버금가던 며느리를 떠올렸다. 등이 훤히 파인 드레스도 신기했고 그 자연스러움도 신기했는데 자신이 살 집의 가구며 인테리어를 시어머니에게 일임했다는 사실은 더 놀라웠다.

“믿고 맡길 만큼 인테리어 감각이 훌륭하셔서겠지만, 흔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며느리가 자신의 인테리어 식견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집안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아, 우리 며느리가 지금 박사과정 중이라 공부만도 버거워해요. 의외로 그런 면에 관심이 적기도 하고. 돈 들여 집안 치장하는 것을 비효율적으로 생각하더라구요.”

“보기 드문 젊은이네요.” 이미 남편을 통해 현조의 아들과 며느리에 대한 학위소식을 들었지만 나는 크게 과장하며 현조의 아내에 응수했다. 동시에 내 딸아이가 떠올랐다. 남편의 바람대로 교직과목을 이수했으나 임용고시에 재차 낙방하여 방황하던 딸은 집 근처 중학교에 시간 강사로 근무 중이다. 딸의 얼굴이 떠올라 등을 보이는 남편에게 눈을 돌렸다. 가슴이 잠시 아려왔다. 그 순간 남편도 딸아이를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그의 뒤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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