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단편소설) 7

 정식 내외가 거실 창으로 풍경에 감탄하는 사이 마지막으로 범수 내외가 도착하였다. 범수의 아내가 화려한 색상의 원피스를 입고 들어서자 정식이 실없는 농담을 건넸다. 범수 아내가 주방 쪽에서 걸어 나오는 현조 아내에게 들고 온 쇼핑백을 건네자 현조 아내가 방긋 웃으며 그녀의 원피스를 한 바퀴 돌아보며 찬사를 보냈다. 범수와 그의 아내까지 네 명이 나란히 거실 창가 밖으로 보이는 한강을 내려다보며 현조의 성공을 축하하고 부러워했다.

“밥 먹기 전에 집 좀 구경시켜 줘요.” 정식이 주방을 향해 큰소리로 외치자 현조의 아내가 고개를 빠끔히 내밀었다. 잠시 후 현조의 아내가 아주머니에게 뭔가를 이르더니 여자들 곁으로 다가왔다.

방문객들인 모두가 현조내외를 따라 방을 돌며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방마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정갈하며 아름다웠다. 호텔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운 욕실에 이르러 건식화장실과 파우더 룸의 규모에 오랫동안 질문을 이어갔다. 현조의 아내는 자신이 갖고 싶었던 욕실을 위해 반년 이상 조사하고 디자인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결과라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방과 방 사이를 잇는 작은 복도를 지나 남자들은 모두 현조의 서재에 다시 발을 들였다. 여자들은 모두 그 아내의 드레스 룸에 이르러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백화점 명품샵을 방불케하는 삼면의 옷장은 그 지체로도 미적이었다. 중앙에는 액세서리 함이 놓여 선글라스와 머리핀, 귀걸이와 목걸이, 그리고 팔찌 등 온갖 액세서리가 정리되어 있었다. 내 화장대 서랍의 물건들이 떠오르다 사라졌다. 티비 속 연예인들이나 가질만한 방에서 제일 눈길을 끈 것은 양 벽에 놓인 전신 거울 앞 볼륨 피스들과 철제형 가발 거치대였다.

“어머, 이렇게 다양한 부분 가발은 처음 봐요.” 범수의 아내의 말에 정식의 아내도 덩달아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다.

“지우엄마, 그 올림머리 부분 가발이에요?”

나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늘 완벽하게 머리를 올린 그녀에게 어느 한구석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 못했던 까닭이었다.

“내가 못살아. 여자들은 참 속이기 힘들어요.” 한껏 눈을 흘긴 그녀가 소리가 나도록 코로 숨을 내몰더니 살며시 제 정수리 위의 머리를 가만히 들춰 보였다. 부분 가발을 떼어내면 키가 3센티는 줄어들 거란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녀의 과감하고 솔직한 행동에 많이 놀랐다. 동시에 그녀 뒷모습 너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정수리의 볼륨이 죽었지만, 그건 파마를 해야 될 때가 된 것뿐이었다. 손가락을 넣어 부스스 머리카락을 세워보았다. 힘없이 가라앉는 머리카락을 보며 내일 당장 미용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에이 뭐! 나도 몰라! 사실 몇 년 됐어요.” 현조의 아내가 평소와 다르게 털털한 말투로 고백하자 정식의 처가 빙그레 웃으며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맨날 모자를 썼던 거죠?”

“어휴! 못 말려. 눈치가 구단이십니다.” 콧소리를 내며 현조의 아내가 자신이 사용했던 모자나 가발을 나에게도 권해보았다. 처음 이 집에 들어설 때의 긴장감이 사라져 서슴없이 부분가발과 액세서리들을 하나씩 만져보는 사이 주방 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 다 준비됐습니다.”

직각으로 놓인 전신 거울에 비친 뒷모습과 볼품없어진 뒤태로 이어지던 이야기는 다이닝 룸으로 향하며 끝을 맺었다. 8인용의 테이블에는 와인에 어울리는 다양한 서양식 요리가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다음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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