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발 (단편소설) 6

  작품에 가까운 은색의 벽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네 시 삼십 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한강을 바라보며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던 두 남자가 소파 쪽으로 걸어왔다. 잠시 후 작은 기계음으로 방문객이 도착하였다는 메시지가 거실 한쪽 벽에서 들려왔다. 잠시 후에 월패드에 엘리베이터의 34층 도착 안내 메시지와 함께 정식 내외의 얼굴이 화면에 보였다.      

 현조가 현관으로 손님맞이를 하러 나가고 그의 아내가 주방으로 향했을 때 다시 머리를 메만지고 남편의 셔츠도 훑어주었다. 나는 남편을 향해 종아리를 들어 핑크색 슬리퍼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과장되게 눈을 크게 치켜떴다, 현조 내외가 이룬 부의 모습에 감동하는 내 눈빛에 남편은 씁쓸한 표정으로 응수하며 고개를 돌렸다.      

 “너 일찍 왔구나!” 정식이 건성으로 남편을 향해 한 마디했다. 뒤따라 들어온 정식의 아내까지 그들은 각각 쇼핑백과 보냉가방이 들려 있었다. 우리의 알은체를 뒤로하고 둘은 가져온 물건을 어디다 가져다 놓을지 물으며 다급히 주방으로 향했다. 정식의 아내는 거실 쪽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다급히 남편을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머!”

 주방 쪽에서 놀라는 현조 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용을 알 수 없는 정식의 설명이 뒤따르고도 한 참 뒤, 현조가 웃으며 우리 내외에게 다가왔다.

“쏘가리야. 쟤가 어제 고향 갔다가 잡았단다. 집사람 민물고기 요리 전혀 못하는데.” 찌푸린 현조의 얼굴에서 그의 아내가 얼마나 난색을 표했을지, 짐작이 갔다.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려던 남편을 조용히 잡아끌었다.

한동안 주방에서 아주머니까지 거들며 네 사람의 목소리가 번갈아 계속되었다. 어느새 다섯 시가 되어 가고 있었다. 주방에서 뒷 베란다로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현조의 아내가 어머머! 를 연발하며 수선을 피우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머, 살았어.” 현조의 아내와 주방 아주머니의 톤이 다른 목소리가 재차 들리니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던 남편과 현조가 주방으로 향했지만 나는 꼼짝하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가만히 기다려주는 게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잠시 뒤 남편이 가장 먼저 나오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쟤는 고등학교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 뒤이어 정식과 그의 처가 걸어 나오며 거실 쪽의 나를 보고 인사를 했으며 거실 창으로 다가가며 연신 감탄을 이었다. 뒤따라 나오던 현조의 아내가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걸어 나왔다.

“정식씨가 매운탕을 다 한다니 난 모릅니다.”

“제수씨, 염려 말아요. 이런 큰 집 주방에선 요리할 맛 나겠는데!” 정식이 말하자 현조의 아내가 대놓고 눈살을 찌푸렸다.

“기태는?” 정식이 남편에게 묻자 남편은 대꾸 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바쁘단다. 할 일이 많아 서울 올라올 겨를이 없대. 올해 명이나물 심었다던데.”

“기태씨, 명이나물 심었대요? 수확할 때 다 같이 가보면 좋겠네.” 장아찌나 장류를 직접 담그며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가는 정식의 아내가 명이나물 소리에 반가운 소리를 하며 내게 눈인사를 했다.

“그 자식이 매운탕에 소주 제일 좋아하는데 말이야.” 정식의 호들갑스러운 말에 남편은 대꾸 없이 말없이 제 손목의 시계를 쳐다보았다.

 

 

다음 계속→

 

https://lessmore.tistory.com/966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발 (단편소설) 8, 마지막 회  (0) 2026.07.21
가발 (단편소설) 7  (0) 2026.07.20
가발 (단편소설) 5  (0) 2026.07.18
가발 (단편소설) 4  (0) 2026.07.17
가발 (단편소설) 3  (0)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