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는 작가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쑥스러운 초보다.
작년 봄 브런치를 시작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책을 출간한 적은 없지만 글로 상을 받아본 적, 고등학교 100주년 기념지에 글이 실린 적, 대학교 문학서클에 들어가 봤다던가 혹은 시인(그녀는 뉴질랜드에 살고 있다)으로 신문에 오르내린 사람과 교류가 있다던가 작가인 오랜 친구(순수동화를 쓴다)를 두고 살았던가!
또는 문학회를 운영하고 매일 도서관을 드나들며 새벽마다 책을 읽는 친구(최근 제일 가깝고 본받을 만한 생각과 생활방식이 있다)와 가깝다거나 뭐 그런 저런 일로 문학이란 이름과 근거리를 유지하며 산다.
나는 단편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생활에서 보이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작은 장면하나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포착하고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요즘은 한 간병인을 두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그녀를 소재로 글을 구상하고 있다.
그래서 단편소설을 쓰는 단계를 정리해 보았다. 단계는 일반적인 내용이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인물이다. 사건을 먼저 접한다고 해도 그 안에 주인공이 가장 먼저 관심을 끈다. 단계를 따라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 인물과 배경과 사건은 동시에 떠오르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지만 임팩트있는 첫 문장을 쓰는 동시에 방향이 자동적으로 그려지게되는데 그것은 언어의 속성일 것이다.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상상력을 발휘하여 구체적으로 그려지게 된다.
1. 인물 설정
주인공의 이름, 나이, 직업, 외모 등 기본적인 특징을 정한다.
성격, 가치관, 목표, 두려움 등 내적 특성을 구체화한다.
(내가 아는 간병인 여자는 우아함과 교양을 지향하는데 그녀의 삶의 배경은 이를 뒷바라지하지 못한다. 고달프다. 그걸 감추고 싶어하는 그녀다. 그녀는 홀로 사는 노인을 간병하며 노인의 수발이 되어주는 일을 하지만 노인보다 훨씬 화려하고 우아한 옷과 구두를 장착하고 있다. 특히 그녀가 말을 할 때 턱을 약간치켜들고 고개를 10도 정도 갸웃한 채로 말하는 습관이 나의 관심을 끈다.)
2. 플롯 구상
주인공이 직면할 주요 갈등이나 문제를 설정한다. 그녀가 직면한 것은 그녀의 집에 방이 두 개밖에 없어 아들이 거실에서 생활하며 딸과의 마찰이 자주 있다. 무엇보다 미적 감각이 있는 그녀가 질색하는 것은 거실에 널브러진 침구이며 그럴 때마다 큰 집에 대한 갈망이 크다. 아들의 군대 있는 동안 거실 침구가 사라져 위안이 되었으나 곧 아들이 돌아온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질 내적 갈등과 작은 에피소드를 구상하는 중이다.
그녀가 매일 종일 머무는 노인의 집엔 혼자 사는 데도 불구하고 방은 3개이며 넓은 거실에 전망이 훌륭하여 그녀는 노인이 낮잠 자는 시간에 창밖을 보며 계절을 감상한다. 그시간 그녀는 이집의 소유를 상상하고 꿈꾸고 있다.
현재 구상으로는 집주인 행세?의 가장 일반적인 계기를 공사 동의서에 사인을 계기로 삼을까한다.
이야기의 시작, 중간, 끝을 대략적으로 구상한다. 미리 잘 되지 않는 부분이다. 쓰기 시작해야 구상이 떠오른다. 무조건 시작해야한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은 내게 소설쓰기에서 증명된다.
클라이맥스와 결말을 생각해 본다. 이 부분은 그녀의 모든 내적 갈등을 한 번에 보여줄 작은 사건을 구상해야만 진전이 있다.
사소한 반전이나 그녀의 가슴속에 분연히 일어설 삶의 애착과 수용을 그려볼 수도 있다.
3. 배경 설정
이야기가 펼쳐질 시간과 장소를 정한다. 방 두 개의 아파트와 간병인으로 일하는 노인의 집, 그녀가 오고 가는 길에 마주하는 지인들과 노인의 아파트의 이웃들이 그녀가 마주하고 더러는 위장하는 배경이 된다.
주인공을 가늠하게하는 배경 이야기를 만든다. 상상할 수도, 포착할 수도 있다. 인물이 구상되면 배경은 따라서 떠오르지만 플롯이 가는 방향에 배경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진다.
4. 주변 인물 설정
주인공과 상호작용할 다른 캐릭터들을 만든다. 나는 그녀와 인사를 나누는 사이다. 그녀와 같은 나잇대의 여자로 출퇴근 시 그녀의 우아한 걸음과 늘 손에 쥔 양산과 고급신발과 모자를 본다.(실제로 나의 시선이 담길 것이다. 그녀는 턱을 약간 치켜드는 자세가 있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었다. 또 하나, 오후 늦게 도서관 책 반납을 하러 나서는 내게 그녀가 건넨 말 " 이 좋은 집 두고 어딜 가세요? 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 좋은 집에 담긴 그녀의 생각을 읽는다. 그녀를 상상한다.)
각 인물이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결정한다. 할머니는 그녀에게 많은 것을 의지한다. 가끔 아들과 며느리가 연락을 해온다. 앞집여자는 그녀를 알고 있지만 동장이나 배달원은 그녀를 노인의 집, 주인으로 알고 있다.
5. 글쓰기 시작
강렬한 시작으로 독자의 관심을 끈다. 첫 문장을 다양한 방법으로 써본다. 첫 단락은 많은 것을 시사하며 글의 재미를 가질 것인지 말것인지를 결정하는게 사실이다.
좋은 글은 첫문장 첫 단락에서 결정된다. 정말 그렇다.
대화, 내적 독백, 행동 묘사(항상 또각거리는 멋진 슬리퍼와 양산아래 치켜든 턱이 상상을 불러일으킨다)등을 통해 캐릭터를 발전시킨다.
갈등을 점진적으로 고조시키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녀의 경제적 어려움을 그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지 위선을 먼저 둘지, 현실을 이겨내는 강함을 보여줄지 고민 중이다.
6. 수정 및 퇴고
초고를 완성한 후 며칠 뒤 다시 읽어본다. 읽다 보면 늘어진 문장과 오자가 천지이다. 또 보고 또 봐야 한다.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한다. (욕심을 버리고 봐야 한다.)
문장과 단락의 흐름을 다듬는다.
이 과정을 따라가면서 내가 본 그녀를 짧은 글의 주인공으로 만들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소설쓰기의 구성에 의존했지만 일단 첫문장을 쓰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머릿 속에서 생각만 해서는 절대 진전이 없다. 무조건 자판을 두드려야한다.
새벽, (위장을 생각해 마시지 말라는) 에스프레소를 옆에 두고 또각거리는 자판의 소리가 참 좋다.
아직 여섯시가 되지 않았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햄버거! 맛을 결정하는 재료와 위치 (3) | 2024.11.23 |
---|---|
외국인 취업 뉴스- 외국인 비자와 '단일 민족성' 강한 '대한민국'관계 (2) | 2024.11.23 |
NFC (핸드폰 교통카드결제 무 작동 시)활성화 (2) | 2024.11.21 |
아비투스의 뜻과 그 내용(남들이 바라보는 나!를 구성하는 7가지 시선) (16) | 2024.11.20 |
역류성 식도염에 좋은 음식 (3) | 2024.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