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한 이유
우연챦게 (알고리즘덕) 이동진이 자신이 읽은 책을 순위로 메기는 유튜브방송을 보게 되었다.
그는 영화든 책이든 순위를 매기는 것을 즐겨하는 것같다.
어찌 되었건 그에게 작년 2023년의 최고 소설은 이 책, 트러스트였다고 한다. 그가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그가 선택한 1순위의 책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여 바로 서점으로 달려갔다.
표지에 뉴욕을 상징하는 고층 건물들이 하늘을 향해있고 그 가운데 제목이 사선으로 하늘을 채우고 있다.
트러스트!라
책 구성의 특이점
이동진의 설명으로 이미 이 책의 구성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 때문에 끌린 점도 적지 않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소설로 쓸 때 그의 어는 면에 시선을 두는 지는 매우 중요할 것이다. 그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나머지 세부적인 인물의 행동이나 말을 설명하는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사람을 두고 여러 사람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인물의 특성을 그렸다는 게 흥미롭다.
이 책은 네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채권
처음에 나오는 채권이라는 글은 해럴드 배너가 썼다.
소설 속에 또다른 소설가 해럴드 배너가 나오고 그가 쓴 책이 '채권'인 것이다.
소설속에 소설이란 점도 매우 매력적이다.
이 채권이라는 소설 속의 주인공은 현존하는(소설 속에서) 앤드루베벨이다. 주식으로 크게 성공한 금융업자, 앤드루 베벨과 불행한 그의 아내의 죽음을 그려놓았다.
담백하게 제 3자가가 되어 기술한 이 소설 속 소설은 문체가 아름답고 예리하여 매력적이다. 특히 앤드루베벨의 돈에 대한 인식을 묘사하는 몇몇의 문장들은 생생하다.
돈의 뒤틀림에 매료된다던지, 자본은 균하나없는 생물로 인식한다던지 하는 문장들이 인상적이다.
나의 인생
앤드루베벨은 자신을 모티브로 한 소설 '채권'을 아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왜곡되게 그려졌다고 생각하며 아이다 파르텐쟈를 고용하여 자신의 회고록(나의 인생)을 쓰게 한다. (완성하기 전에 그는 심장마비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나의 인생은 앤드루 베벨이 기술한 인생의 일부가 된다.)
회고록을 기억하며
앤드루 베벨의 말을 받아 쓴 대필작가 아이다 파르텐자의 글이 세 번째 부분 '회고록을 기억하며'가 된다.
대필작가의 회고록을 덧붙임으로써 소설 속 주인공, 자신이 만들고 싶어 했던 이미지를 만들려던 '나의 인생'속 앤드루 베벨은 또 하나의 다른 면모를 지닌 하나의 남자로 밝혀진다. 이 글을 통해 아이다 파르텐쟈 가족의 생활이 세세히 그려지며 당시 뉴욕의 끝자락에 위치했을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생활과 정서가 영화처럼 눈앞에 그려진다.
선물
마지막으로 선물이라는 제목의 글은 앤드루베벨의 아내 '밀드레드 베벨'이 남긴 일기글이다. 아내의 일기를 통해 앤드루 베벨은 책을 읽는 사람의 제 3자적 관점을 갖게 된다. 그녀의 일기글은 감정적인 묘사보다 그날그날의 사건들을 간략히 메모하는 형식인데 그 짧은 글 속에서 일어난 실제의 사건을 통해 인물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일기글을 통해 앞의 소설 속 소설인 채권에 묘사된 앤드류베벨의 아내가 아닌 밀드레드를 만나며 우리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우뚱하게된다.
앞의 세 작품에서 그려진 밀드레부 베빌은 과연 누구인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타인의 눈을 통해 묘사된 한 사람은 또다른 사람이 됨을 느끼게된다.
문체의 묘미
번역서를 읽을 때 더러는 이해가 되지 않거나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글들을 수없이 만났었다.
이 책은 구성, 형식 혹은 짜임이 일단 너무 매력적이다.
문장 하나하나가 쉽게 이해되고 짐작되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있다. 소설 속 소설을 읽을 때는 섬세하고 건조한 묘사에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사실을 잊고 빠져들게 된다. 대필작가의 회고록을 읽을 때에 가서는 감정선을 매우 자세히 공감가도록 묘사해서 놀랍다. 그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녀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생김새 마저 실체로 그려지며 다양한 영화를 통해 만나봤을 미국에 정착한 이탈리아인들을 마구잡이로 떠올리게 된다.
◎ 이동진만이 아니라 소설가 50인의 선택이나 퓰리쳐상 수상은 잊고 있었다.
제목의 의미
트러스트는 영어 단어 해석 그대로 믿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트러스트는 '신탁'으로도 불린다.) 192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갖는 의미는 조금 중의적일 것이다. 시대적 배경 탓인지 미국의 가장 인기 있었던 시리즈 드라마 매드맨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 용어는 1800년대 말에 생겨 1900년대 초 미국의 금융자본의 활황기를 간접적으로 시사하면서 동시에 금융업으로 대부호가 된 주인공 앤드루 베벨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주는 것 같다.
인상깊엇던 트러스트의 283쪽을 세심하게 다시 읽게 된다.
(이 부분은 아이다 파르텐자의 '회고록을 기억하며'의 일부분이다)
그대로 옮겨본다
처음에 채권은 그냥 문학작품이 아니라 증거물이었다. 나 역시 그냥 독자가 아니라 탐정이었다.
그 안에 실마리가 있을 게 틀림없었다. 아무리 피상적이라도, 해럴드 배너는 베벨부부를 만나보았다.
그리고 배너가 속한 집단의 사람들은 그 부부를 잘 알았을 게 분명했다. 소설 속 몇몇 요소는 현실에 근거를 두고 있을게 틀림없었다. 물론, 당시에는 내게 사실과 허구를 구분할 방법이 없었지만 (이후로 베벨과 그렇게 여러 번 만났어도 이런 구분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나는 글 안에 진실의 낟알이 묻혀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배너는 앤드루와 밀드레드 베벨에 관해 정말로 뭘 알았을까? 베벨처럼 큰 권력을 가지고 있고 바쁜 사람이 문학작품에 문제를 제기하는 수고를 들이는 이유가 뭘까? 소설에는 베벨이 억누르고 반박해야만 하는 구체적인 뭔가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 뻔히 보이는 곳에 있을까? 배너가 순전히 우연하게 뭔가를 명중시킨 걸까.
하나의 사건, 하나의 인물을 두고도 혹은 같은 경험을 하고도, 같은 저리에 있었어도 사람이 다양하게 느끼고 기억하는 것들은 다 다르며 기억은 오작동되기 쉬운게 사실일 것이다.
제목 트러스트를 어떻게 글의 내용과 연결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소설가 장강명씨의 짧은 서평이 도움이 될것같아 연결해본다.
https://mbook.interpark.com/shop/product/detail?prdNo=356680853
인터파크 도서
2022 올해의 책 최다 선정 소설!! ★★★★★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타임〉 올해의 책 top 10 버락 오바마, NPR, 〈뉴요커〉 〈가디언〉 〈보그〉 등 36개 매체 선정 올해의 책 2022 커
book.interpark.com
작가 에르난 디아스의 관찰력과 묘사에 박수를 드리고싶다
이 책은 책의 구성이나 문체 모두 정말 재미있었던 소설이라 아는 사람 모두에게 추천한다.
양극화의 최첨예 현상을 가진 우리나라에 생각할것이 많은 이야기이기도하다.
누군가의 성공은 누군가의 희생을 매개로 만들어지는게 현대 경제사회의 단면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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