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서럽다 /김수업
참으로 놀라운 책입니다.
작가의 성함이 김수업, 이름에서 그의 얼굴이 상상되는데 정말 딱 상상한 그런 모습이십니다. 이 책에는 우리말이 품고 있는 다양한 말의 근원, 미처 몰랐던 유사어, 조금씩 다른 뉘앙스의 차이 등 아주 설득력 있게 설명해 놓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말과 소리의 교집합과 그 차이를 설명한 글에서 감동을 느낍니다. 무릎을 탁 치며 공감하게 되고 이 분의 얼굴사진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습니다.
도랑, 개울, 실개천, 사내, 내, 가람 등 우리 말의 다양함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 그가 생각하는 우리말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해됩니다.
김수업 씨의 책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여럿이지만. 그중에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을 부분은 소리와 이야기에 대한 그의 해석입니다. 소리와 이야기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없는 제각각의 낱말임에도 넘나드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넘다 듦이 옳지 않은데, 그것은 두 낱말이 말을 교집합으로 싸잡혀 있기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그는 말합니다.
말이 어떨 땐 소리가 되고 어떨 땐 이야기가 되는데 그 어떨 적에 따른 소리의 해석은 말에 대한 반성을 불러일으킵니다.
말이 말로써 대접을 받지 못하면 소리가 된다.
아무리 떠들어도 전혀 먹혀들지 않고 팽개쳐지는 헛소리!
생각도 없이 사정도 모르고 함부로 지껄이는 별소리!
본디는 옳고 마땅하나 때와 곳을 가리지 못하고 지나쳐서 쓸모가 없어진 잔소리!
말의 뜻에 바람이 들어서 소리만 크게 떵떵거리는 큰소리!
듣는 사람은 없이 혼자 내뱉고 마는 군소리!
듣는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하고 덜된 제 짐작으로만 떠드는 별소리!
모두 대우받지 못할 말이다.
소리로 떨어지기 아까운 쓴소리도 마침내 받는 이가 거슬리면 쓸모 없어지는 그저 소리일 뿐이다.
부모란이름으로 선생이란 이름으로 수없이 달고 사는 잔소리와 큰소리와 별소리 헛소리로 나의 참을성의 수위를 넘나드는 교실 애들 소리!
다시 한번, 그의 우리말 사랑에 감동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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