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대표회의의 주제는 엘리베이터 교체를 위한 장기수선충당금 추가 마련에 대한 것이었다. 한 번에 부족한 금액을 부과하는 것은 주민들에게 부담이 너무 크지만 일의 진행이 빠르다는 의견과 장기적으로 쪼개는 방법은 부담은 적지만 시일이 늦어지고 전세나 월세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부당한 면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오고 갔다. 주민 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과 불합리한 의견이라는 의견이 팽팽했다. 결국,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채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한 사람은 이전 살던 아파트에서 전세로 살던 사람이 추가 비용의 증액을 눈치채지 못하고 납부하다 이사한 후 관리실과 집주인을 향해 불만을 터트렸던 일화를 십 분이 넘게 이야기했다. 길어진 이야기 끝에 관리소장이 길어진 회의 시간을 벌충하기 위해 빠르게 일어서 나갔다.
단지 대표가 소장이 나가고 문이 닫히는 것을 기다렸다가 입을 뗐다.
“얼마 전 건너편 새 단지 관리소장을 봤는데 젊고 멋있습디다. 우리 소장님 하곤 천지 차이예요. 아까 분리수거장 개선에 대한 설명도 중언부언 어쩜 그렇게 단지에 대한 애정도 없고 말씀이 느리신지.”
“거긴 입주가 거의 끝났죠?” 제약회사 상무로 퇴직한 지긋한 연배의 동대표가 말의 방향을 틀었다.
“와, 조경이 얼마나 좋은지 공원에 갈 필요가 없겠더라고요.” 또 다른 동대표가 대답 대신 감탄하는 투로 응수했다.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는 조경도 다르지만, 커뮤니티가 정말 잘 되어 있던데요.” 105동 동대표가 부러운 표정을 잔뜩 지으며 말을 받았다.
“그것뿐이 아녜요. 거기 커뮤니티에 유명브랜드 영어학원까지 들어와 엄마들의 호응이 너무 좋대요. 애들 차 태워 나를 필요도 없고 단지에서 걸어서 영어 하러 다니니, 학부모들한테 반응이 상당하지. 젊은 부부들이 호가에도 줄을 선다고 월드 부동산 사장이 그러더라구요.” 단지 대표의 목소리가 낮고 비장하게 들렸다.
“삼십 년이 되어 가는 우리 아파트에 비할 수가 없겠죠, 뭐.” 다른 동대표의 말에 모두가 못마땅한 얼굴로 흘깃 쳐다보고 시선을 감췄다.
“그렇다고 집값 차이가 수억씩이나 되는 게 말이 되냐구요? 사실 우리 단지에서 지하철역도 더 가깝고요. 거기 사람들도 여차하면 우리 단지 질러 다니게 생겼다니까요.” 105동 대표의 말에 모두가 미간을 좁히며 팔짱을 꼈다.
“그럼 외부인 단지 출입을 제재할 방법도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나이가 제일 젊은 동대표가 덧붙였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집값을 올릴 방법을 모색해야 되지 않겠어요?”
단지대표가 제 화려한 스카프를 바로 잡고 정색하며 말했고 모두 시선을 그녀에게 모았다.
모두의 시선이 모아진 것을 확인한 단지대표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일단 우리 아파트도 백인이 운영하는 영어교실 같은 걸 만들어 운영하면 어떤가? 생각해보자구요. 우리 단지에 외국인 남자 하나 사는 거 아시죠?
”네 저희 동에 살죠. 105동“ 몰랐던 두 대표가 옆사람에게 묻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아파트처럼 단지 내 커뮤니티를 활성화는 방법을 알아보는 중이에요. 소장님께도 절차나 방법을 알아보는 중이고. 다음에 그 외에도 우리 단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다음 안건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
단지 대표가 비장하게 말하며 서류를 추스르자, 일어날 채비를 시작하는 그들 안에 낮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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